[책마을] "춘천은 닭갈비? 지하상가가 명물"…10년 살아본 미국인의 '진짜 한국'

입력 2024-03-01 18:08   수정 2024-03-02 00:46

“버스를 놓쳤는데 다음 버스가 5분 안에 오지 않으면 매우 불편하다.” “사람들은 집 옆에 지하철역이 들어올 수 있도록 로비한다.” “아무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유로 커피숍 유리창을 깨지 않는다.”

최근 발간된 <한국 요약 금지>에서 저자 콜린 마샬(사진)은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43가지 이유’로 이런 것들을 꼽았다. 마샬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뉴요커와 가디언 등에 한국에 대한 글을 기고해 온 칼럼니스트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여러 매체에 영어로 기고한 글을 한국어로 다시 쓰고, 일부는 처음부터 한국어로 쓴 글 등으로 이뤄졌다. 한국과 한국인을 관찰자의 시각으로 샅샅이 분석했다.

외국인의 시선에 한국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듣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낯설지 않은 일상을 낯선 이의 입을 통해 듣는 것만으로 일상이 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저자는 10년 전부터 한국에서 살기 시작했고, 서울 신촌에서 지내다가 강릉 출신 한국 여성과 결혼해 화곡동 까치산시장 근처로 이사 갔다.

마샬의 ‘한국 관찰기’는 수박 겉핥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영화감독으로 꼽은 이가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이 아니라 홍상수 감독이란 점만 봐도 그렇다. 그는 홍상수 영화가 한국 사회의 특정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물론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나오지만, 영화보다 봉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한 것에 더 주목한다.

저자의 렌즈는 한국 영화뿐 아니라 음식, 부동산, 상권, 자살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깊숙이 비춘다. 강원 춘천 하면 흔히 떠올리는 닭갈비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춘천의 지하상가를 이야기한다.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이름표에 붙은 유머 섞인 영어 이름 등 한국을 깊이 이해해야만 알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일상을 기록했다.

한국의 콤플렉스를 들여다보게 하는 내용도 많다. K컬처 열풍의 주역인 ‘강남스타일’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공통점에 대해 “한국 사회가 가진 피상적 측면과 불공정성, 폭력성을 민감하게 풍자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20세기에는 섬유, 자동차, 반도체가 한국을 풍요롭게 했지만 21세기엔 그 풍요가 가져온 ‘불만’이 수출 효자가 됐다는 얘기다.

마샬은 ‘한국 전문가’보다는 ‘한국 코노셔(connoisseur)’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코노셔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관심과 흥미를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에 가깝다. 이 책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한국의 유행어를 변주해 한국을 아는 만큼 ‘즐기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한국 덕후’의 관찰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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